히브리서 1장으로 읽는 하나님의 마지막 말씀: 아들 안에서 완성된 계시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분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신앙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도 마음이 메마르고, 성경을 읽어도 뜻이 잘 잡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숨긴 채 인간이 더듬어 찾아오기만 기다리시는 분이 아니라, 친히 자신을 드러내시고 말씀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하심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밝고 충만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주제를 생각할 때 많은 사람이 요한복음 1장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1장 역시 하나님이 어떻게 자신을 계시하시는지, 왜 예수 그리스도께서 믿음의 중심이 되시는지를 압축적이면서도 장엄하게 보여 줍니다.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 (히브리서 1:1-2)
이 두 절에는 성경 전체의 큰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옛적에도 참되게 말씀하셨습니다. 율법과 선지자들을 통해, 약속과 경고와 위로를 통해 자신의 뜻을 알리셨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서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다고 선언합니다. 이것은 단지 전달 방식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누구신지, 구원이 무엇인지, 인간이 어디서 소망을 찾아야 하는지가 아들 안에서 결정적으로 밝혀졌다는 뜻입니다.
히브리서 1장이 보여 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을 단지 위대한 교사나 감동적인 모범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훨씬 더 높고 분명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히브리서 1:3)
이 구절에는 복음의 중심을 이루는 중요한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이시며, 그 본체의 형상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자 한다면 막연한 상상이나 인간적인 추측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아들을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진실하심, 긍휼과 공의, 사랑이 왜곡 없이 드러납니다.
또한 예수님은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는 분이십니다. 세상은 때때로 우연과 불안 속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뉴스는 빠르게 바뀌고, 사람의 말은 쉽게 번복되며, 내가 세운 계획도 하루아침에 흔들립니다. 그러나 성경은 만물이 결국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음을 선포합니다. 창조만이 아니라 보존도 주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 고백은 추상적인 위안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성도에게 실제적인 중심을 줍니다. 내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에도, 역사의 가장 깊은 자리에는 여전히 그리스도의 통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히브리서 1:3은 예수님께서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복음의 핵심이 선명해집니다. 하나님이 아들을 통해 말씀하셨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더 주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들은 우리의 죄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셨습니다. 우리는 행위로 자신을 의롭게 만들 수 없고, 종교적 열심으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습니다. 죄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마지막 말씀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 안에서 완성된 구원의 선포입니다.
왜 아들을 통한 계시가 결정적인가
사람은 늘 하나님을 자기 생각의 크기만큼 줄여 이해하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어떤 이는 하나님을 막연한 위로의 상징 정도로 여기고, 어떤 이는 도덕을 보강해 주는 존재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1장은 그런 축소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들은 천사보다 뛰어나시고, 피조물의 범주 안에 갇히지 않으시며, 하나님의 영원하신 영광을 나타내시는 분입니다.
초대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신성과 참된 인성을 분명히 붙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이 참 하나님이 아니시면 하나님을 완전하게 계시하실 수 없고, 예수님이 참 사람이 아니시면 우리를 대신해 순종하시고 죽으실 수 없습니다. 복음은 이 둘 가운데 하나라도 흐려질 때 곧바로 흔들립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에 대한 바른 고백은 신앙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입니다.
이 점은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자주 “하나님이 정말 어떤 분이실까”를 감정으로 판단합니다. 일이 잘 풀리면 하나님이 가까우신 것 같고, 답답한 시기를 지나면 하나님이 멀리 계신 것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계시의 기준은 내 기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아들 안에서 자신을 분명하게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므로 흔들리는 날일수록 우리는 마음의 날씨보다 그리스도를 바라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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