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1장 해설: 같은 말로 모였지만 왜 하나님은 흩으셨는가

창세기 11장 해설: 같은 말로 모였지만 왜 하나님은 흩으셨는가
창세기 11장은 짧지만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주권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본문입니다. 많은 사람은 이 장을 떠올릴 때 먼저 언어가 갈라진 사건을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단지 언어 다양성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본문은 인간이 하나님 없이 안전과 명예를 확보하려 할 때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하나님이 왜 그 길을 막으시는지를 보여 줍니다.
본문의 중심은 창세기 11:4입니다.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이 한 절 안에 사람들의 의도와 욕망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만들었습니다. 기술도 있었고 의지도 있었고 협력도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대단한 문명 발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먼저 그 계획의 동기를 비춥니다. “우리의 이름을 내고.” 바로 여기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셨고, 사람의 존재 목적은 창조주를 영화롭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을 높이기보다 자기 이름을 높이려 합니다. 이것이 성경이 반복해서 드러내는 죄의 본질입니다. 에덴동산에서의 유혹도 결국 하나님처럼 되려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벨에서도 사람들은 하나님께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높아지려 했습니다. 죄는 언제나 노골적인 악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질서, 성취, 연합, 발전이라는 그럴듯한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또 하나 주목할 표현은 “흩어짐을 면하자”입니다. 사람들은 흩어지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큰 흐름에서 보면 이것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대한 거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땅에 충만하라고 명하셨습니다(창 1:28, 9:1). 인간은 온 땅에 퍼져 하나님이 맡기신 세계를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벨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방향보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중심지를 원했습니다. 순종보다 집결을, 사명보다 안전을, 하나님의 계획보다 인간의 계산을 택한 것입니다.
역사적 배경도 본문 이해를 돕습니다. 시날 땅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보이며, 그곳은 돌보다 벽돌을 굽고 역청을 사용하는 건축 문화가 발달한 곳이었습니다. 창세기 11:3의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라는 표현은 그 지역의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는 계단식 신전인 지구라트가 세워지곤 했는데, 하늘에 닿는 듯한 구조를 통해 인간이 신적 영역에 접근하려는 상징성을 담고 있었습니다. 창세기 본문은 이런 문화적 배경 속에서 인간 문명의 기술과 조직력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마음의 방향을 묻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본문의 어조입니다. 사람들은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창세기 11:5은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그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더라”고 말합니다. 이 짧은 문장은 인간의 교만을 날카롭게 비춥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 편에서 보면 내려와서 보셔야 할 만큼 작은 시도일 뿐입니다. 인간의 자만은 언제나 실제보다 자신을 크게 봅니다. 반대로 하나님은 전혀 흔들리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놀라서 허둥대지 않으시고, 주권 가운데 인간의 계획을 판단하십니다.
여기서 어떤 사람은 질문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왜 사람들의 협력과 발전을 막으셨는가? 그러나 본문은 협력 자체를 정죄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하나님 안에서의 연합을 귀하게 여기며, 서로 사랑하고 함께 섬기는 삶을 분명히 가르칩니다. 문제는 하나님을 배제한 연합입니다. 회개 없는 단결, 순종 없는 자신감, 예배 없는 성공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결국 하나님 앞에서 무너집니다. 인간은 함께 모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자동으로 선한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위해 모였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이 점에서 바벨 사건은 오늘 우리의 삶에도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탑을 벽돌로만 쌓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경력으로 탑을 쌓고, 어떤 사람은 평판으로 탑을 쌓고, 또 어떤 사람은 숫자와 성과, 사람들의 인정으로 탑을 세웁니다. 일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귀한 일입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내 이름을 내고 싶다”는 욕망이 중심이 되면, 같은 수고도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마친 뒤 하나님께 감사하기보다 먼저 “이번에는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보겠지”라는 생각이 커질 때가 있습니다. 혹은 옳은 말을 하면서도 사실은 진리를 세우기보다 내 판단이 맞았음을 증명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경건해 보여도 속마음은 자기 이름을 세우는 일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바벨은 바로 그런 마음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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