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 4장으로 가면 고난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 분명해집니다. 4장 12절은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 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고”라고 말합니다. 믿는 사람에게 시련이 낯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 고난이 있다는 사실은 복음의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을 따라가는 제자의 현실입니다.
물론 이 말씀을 잘못 읽으면 안 됩니다. 아무 고난이나 다 믿음의 증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경솔하게 한 말 때문에 생긴 갈등, 게으름 때문에 쌓인 문제를 모두 영적 시련으로 포장해서도 안 됩니다. 베드로전서도 그런 구별을 분명히 합니다. 베드로전서 4장 15절은 살인이나 도둑질이나 악행이나 남의 일을 간섭하는 자로 고난받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그러니 고난 앞에서는 자신을 살피는 정직함이 필요합니다. 회개할 일이 있으면 돌이키고, 억울한 일이라면 주님께 맡기며 견디는 것이 바른 길입니다.
베드로전서 5장 7절은 많은 성도가 오래 붙드는 말씀입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여기서 ‘돌보심’이라는 말은 고난 중인 사람에게 아주 실제적인 위로가 됩니다. 하나님은 멀리서 원리만 설명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자기 백성을 아십니다. 밤에 잠들지 못하는 시간도, 말 못 할 수치심도, 남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십니다.
염려를 맡긴다는 말도 막연하지 않습니다. 한 번 기도했으니 완전히 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걱정이 다시 밀려올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 혼자 굴리지 않고, 주님께 계속 가져가는 일입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여러 번 맡겨야 합니다. 출근길에 한 번, 점심시간에 한 번, 잠들기 전 또 한 번 맡기게 됩니다. 믿음은 대개 이런 반복 속에서 자랍니다. 거창한 감정의 변화보다, 다시 하나님께 가져가는 습관이 우리를 붙듭니다. 말씀과 기도 습관을 다시 세우고 싶다면 성경 읽기 습관 7가지를 참고해도 좋습니다.
베드로전서 5장 10절은 고난의 끝에서 하나님이 하실 일을 보여 줍니다.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 이가 잠깐 고난을 당한 너희를 친히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리라.” 눈에 들어오는 말은 ‘친히’입니다. 하나님이 멀찍이 서서 지켜보기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기 사람을 붙드신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흔들리지만, 우리의 구원과 소망의 근거는 우리 손아귀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붙드시는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이 말씀은 일상을 조금씩 바꿉니다. 아침부터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있습니다. 휴대폰 알림 하나에도 겁이 나고, 사람의 표정 하나에도 쉽게 흔들립니다. 그때 당장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어도, 말씀으로 생각의 방향을 다시 세울 수는 있습니다. 나는 버려지지 않았다. 이 일은 이해되지 않아도 하나님의 손 밖에 있지 않다. 이런 고백이 감정을 단숨에 바꾸지는 않아도, 무너지는 속도를 늦추고 다시 숨을 고르게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억울한 오해를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해 봅시다. 해명하고 싶지만 말이 더 꼬일 것 같아 답답합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으로 같은 장면을 되풀이합니다. 그 밤에 할 수 있는 믿음의 순종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베드로전서 5장 7절을 소리 내어 읽고, 지금 두려운 내용을 한 줄씩 적어 하나님께 아뢰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 해야 할 정직한 행동 하나, 하지 말아야 할 감정적 반응 하나를 분별해 보는 일입니다. 믿음은 종종 이렇게 아주 작고 분명한 순종으로 걸어갑니다.
고난의 때에는 시야가 나 자신에게만 갇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를 다시 하나님 앞으로, 그리고 이웃 곁으로 데려갑니다. 내 아픔이 큰 날에도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문자 한 통은 보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거칠어질수록 가족에게 날 선 말을 줄이려 애쓸 수 있습니다. 고난이 우리를 완전히 삼키지 못하도록, 말씀은 오늘 필요한 작은 순종의 길을 계속 비춰 줍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은 고난을 멀리서 설명하신 분이 아니라, 친히 담당하신 구주이십니다. 베드로전서 2장 24절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가장 깊은 문제는 십자가에서 이미 다루어졌습니다. 그러니 고난의 날에도 신자는 버림받은 자처럼 떨기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값 주고 사신 사랑 안에 있는 사람입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흔들리는 마음으로도 다시 주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면, 많은 문장을 붙들기보다 한 구절이면 충분합니다. 베드로전서 5장 7절이든 1장 7절이든, 지금 내 형편에 와 닿는 말씀 하나를 정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구절 옆에 오늘의 염려 한 가지, 오늘의 순종 한 가지를 적어 보세요. 고난이 당장 끝나지 않아도 말씀은 우리의 발밑을 비춥니다. 길 전체가 한꺼번에 보이지 않아도, 오늘 걸어야 할 한 걸음은 분명히 보여 줍니다.